마마마 전력 60분 10
"돌멩이 스프라는 동화를 알고 있어요? 한 나그네가 마을 사람들에게서 식재료를 조금씩 얻어내 맛있는 스프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말예요. 모두의 힘으로 완성된 스프는 아무도 불평 없이 맛있게 먹었을 거예요. 설령 그것이 진짜 마법이 아니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원한 건 맛있는 스프였을 테니까요. 모두가 힘을 합쳐 뭔가를 이뤄낸다는 건, 멋진 일이지요. 그 결과가 맛있기까지 하면 더할나위 없구요. 이 동화에서 '거짓말! 이건 마법이 아냐! 모두 속고 있어.'라고 말할 당찬 소녀는 필요 없죠?"
나기사는 거기까지 말하고, '필요 없어요.'라고 자기 질문에 답했다. 호무라는 어리둥절했다. 이 아이가 뭘 말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다짜고짜 불려나와서 듣는 것이 기억도 안 나는 어린시절 읽었을 법한 동화얘기라니.
호무라에게 나기사는 사야카나 마도카에는 덜한 경계 대상이었다. 순위를 붙이면 좀 떨어지는 존재였다. 어린 것도 어린 것이나, 이미 이 세상에 잘 스며들어있었다. 나기사는 마법소녀로서의 재능도 보이지 않았다. 기억을 갖고 있었고 마법소녀인 사야카나, 원환의 이치의 중심인 마도카에 비하면 한결 위험이 덜했다. 호무라가 생전의 나기사를 잘 모르는 것도 사실 한 몫 했다. 이 아이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호무라는 몰랐다.
호무라에게는 낯설기만 한 이 아이가, 대뜸 말을 걸었다. 호무라 언니랑만 얘길 나누고 싶은 거예요. 초면은 아닌 것이 이미 마미를 통해 더듬더듬 얼굴을 익힌 상태였다. 그러나 나기사가 호무라만 불러 얘기를 나눌 정도로 친한 건 아니었다. 마미가 무슨 일이냐 물어도, 호무라가 되묻고 싶은 심정일 지경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나기사는 호무라보다 몇 발 앞서 길을 걸었다. 미타키하라 시의 변두리를 쭉 돌고 있는 산책길. 강둑도 끼고 있어 아름다운 경치로 낮에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해는 이미 졌고, 날이 춥다. 가로등 빛만 서슬한 이런 곳을 산책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기사는 좀 얇은 옷차림이었지만 추운 기색은 없어보였다. 나기사는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돌멩이를 주워담았다. 나기사의 치마 앞자락엔 돌멩이의 산이 작게 만들어졌다. 활기찬 모습이 사내애 같았다. 나기사가 어린 것은 사실이나, 저렇게 해맑게 돌아다니니 더 어리게만 보였다. 나기사가 줍는 건 모 없는 조약돌이었다. 길가에 있는 것만 줍던 나기사는 아예 강둑을 내려가 강가 근처를 헤집어 다녔다. 호무라는 내려갈 생각은 못하고 위에서 내려간 나기사가 돌아다니는 걸 보기만 했다.
나기사는 과거 어머니를 위해 계약 했다, 고 호무라는 알고 있었다. 마도카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이 아프면 곤란하다. 미키 사야카의 경우처럼 폭주할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호무라는 가지 치듯 그 권능으로 마도카와 관련 있을 사람들에게서 '병'이라는 인과를 지워버렸다. 필연히 나기사도 계약하지 않았다. 오랜기간 어머니의 사랑이 고파져 마법소녀로서의 재능을 키웠던 나기사다. 정상적인 아이가 된 이상, 마법소녀로서의 재능은 없었다.
그런 나기사가 호무라에게 대뜸 돌을 던져댔다. 아까부터 주워모으던 돌을 호무라를 향해서 힘껏 던지기 시작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하나둘, 호무라의 발가에 닿던 돌이, 호무라의 가슴에, 팔에, 다리에 맞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게 머리까지 날라왔을 때 호무라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 물었다.
"무슨 짓이야."
나기사는 히죽 웃었다. 나기사의 그 웃음이 마녀의 것을 닮아, 호무라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거짓말! 모두가 속고 있어!"
나기사는 몇 차례 더 돌을 던졌다. 힘이 실린 돌들이 호무라의 몸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우드득하고 호무라 등에서 뭔가가 솟아 올랐다. 괴기하다고 밖에 표현 못할 검은 날개.
"그치만 이건 진짜 마법이에요. 그죠? 호무라."
호무라의 눈이 불타올랐다. 나기사는 치마자락에 있던 돌을 후드득 다 떨어트리고, 빈손을 탁탁 털어냈다. 더이상 돌을 던질 생각은 없다는 듯이.
"처음엔 제가 미친 건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나기사는 힐끔 호무라를 보았다. 어둠 속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으나 그 뒤로 확실히 커다란 뭔가가 당장이라도 퍼덕거릴 듯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동화에서 '거짓말! 이건 마법이 아냐! 모두 속고 있어.'라고 말할 당찬 소녀는 필요 없죠? 그렇지만 이건 동화도 아니고, 진짜 마법이에요."
킥킥 웃는 나기사의 얼굴도 괴기하다. 소녀의 얼굴이 유난히 하얗고, 눈이 땡그랗다. 호무라는 그 광대같은 단순한 얼굴을 알고 있었다.
"모모에 나기사. 아니, 샤를로테. 너는 어쩔 셈이지?"
"나기사는 호무라가 결계에서 멱살 붙잡은 거에 아직도 치가 떨리는 거예요."
나기사는 근처에 있던 돌멩이를 콰직 밟아 으스러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