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마 전력 60분

마마마 전력 60분 13

연성하는 테사츄 2015. 1. 6. 23:01

담배




  "아, 먼저들 돌아가."

  "사쿠라 양, 설마 또?"

  사쿠라 양이 면목 없다는 듯이 씩 웃는다. 아케미 양은 평소처럼 별 관심 없다는 듯, 긴 머리를 왼손으로 휙 찰랑인다. 편들어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 돼, 죄없는 아케미 양을 지긋이 노려보니 힐끔 눈치를 보고는 이제 돌아간다며 가버린다. 미키 양이 원환된 이후로는 쭉 이런 느낌이라 조금 외롭다.

  "사쿠라 양. 계속 말하지만 담배는 백해무익하다니까." 

  혼자서라도 막아보려 사쿠라 양을 따라 어둔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다. 샛붉은 머리에, 샛붉은 옷을 입은 그녀는 담배를 꼬나물고 마법으로 샛붉은 불을 피워낸다. 마력을 낭비하면 안된다고, 그것도 끽연따위에 귀중한 마력을 쓰면 안된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라이터를 들고 다니다 터트려 먹은 게 몇 번인줄 아냐며 역으로 트집 잡혔다. 매일같이 몸에 구멍이 얼마나 뚫리는데, 일회용 라이터가 버티겠냐며.

  자기 키보다 배정도 클 창도 비스듬히 주인따라 골목길 벽에 기대어있다. 담배를 피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에, 오히려 익숙한 것에 한숨이 나온다. 

  사쿠라 양이 기대어 있는 벽 맞은편에 대각선으로 쪼그리고 앉아 올려다본다. 사실 담배피는 그녀, 조금 멋있다. 

  "으……. 담배의 환상을 심어주는 대중매체에 희생된 나여."

  "대중매체?"

  사쿠라 양이 후, 하고 속담으로 폐까지 들어찼을 연기를 뿜는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그 마수 있잖아, 대중매체에 홀려 있던 놈이었지. 그런 말을 하며 해맑게 웃는다. 끽연을 하고 있을 때 그녀는 평소보다 더 상냥하고 밝다. 이게 다 담배 안에 있는 니코틴 성분 때문이다. 사쿠라 양의 머리를 멍청하게 만드는거야.

  "사쿠라 양은 왜 담배를 피는거야?"

  "왜라니. 평소엔 피지 말라며 잔소리만 하더니."

  이제야 흡연자의 마음을 알아줄 생각이 든건가, 하며 사쿠라 양이 기뻐한다. 흐응, 하고 콧소리 내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사쿠라 양은 이미 기정사실화한듯 신나게 떠든다.

  "담배를 피면 일단 기분이 좋아져. 후우, 하고 담배연기가 흩어지면 속에 들끓고 있던 근심걱정이 날라가는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잡생각도 없어지고. 나, 자꾸 뭘 입에 물고 있잖아? 담배가 비싸긴 해도 한번 물면 입 심심할 틈은 없어서 좋아. 과자같은 건 순식간에 없어지니까. 그리고."

  그리고? 그녀의 자기 멋대로의 말에 질려 바닥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운을 띄우자 궁금해져 그녀를 올려다본다.

  "어차피 좀비잖아. 몸 나빠질 것도 없는데 피우면 뭐 어떻다는거야."

  거기까지 말한 사쿠라 양은 다시 담배를 문다. 두어번 빨던 그녀, 손에 익은 듯 담배재를 탁 털어낸다. 벽이나 바닥에 재를 터는 건 초보자라고 스스로 말했었지. 평소라면 깔끔할 그 동작이 일순 무너져 그녀, 담배를 떨어트리고 만다.

  "아."

  눈이 휘둥그레져 바닥에 떨어진 담배를 가만히 보고, 그녀를 올려다본다. 그녀는 떨어트릴 의도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까까지 담배를 쥐고 있던 오른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샛붉은 담뱃불이 아스팔트에 잠겨져 빛을 잃어간다. 

  "사쿠라 양……."

  그제서야 나는 일어서 그녀의 손을 보려 다가간다. 그러자 그녀, 아직 살짝 살아있는 담배꽁초를 힘껏 짓밟고, 떨리는 오른손으로 창을 꽉 부여잡는다.

  "이제 가자. 난 그렇다쳐도 마미는 내일 학교가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