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오늘 소설 방향을 미스테리(@ciel_dragon)님이 잡아주셨습니다. 야호 고마워요!
호무라가 원환의 이치에 대한 반역을 저지르고, 세계가 재편되었다. 카나메 마도카는 전학생의 형태로 미타키하라 중학교에 왔다. 미타키하라 토박이였던 그녀를 3년이나 시간이나 벌려놓은 이유. 호무라는 가만 미키 사야카를 생각했다. 위험종자인 그녀가 너무 살갑게 굴어주는 건 곤란하다.
호무라는 3년만의 학교를 안내해준다.
"마도카라고 불러도 될까?"
마도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래야 너지. 호무라는 스스럼 없이 마도카라 부르며 그녀의 팔을 잡는다.
이곳은 체육관, 이곳은 과학실, 이곳은 보건실. 당신은 이곳을 자주 들락거리게 될거야. 오랜만에 본 '마도카'인 탓일까, 호무라는 괜한 말까지 떠든다. 보건위원할 생각이지? 마도카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기…… 넌 아케미 호무라 양이지?"
"응. 그런데?"
마도카가 다시 큰 눈으로 빤히 호무라를 본다. 의심쩍어하는 표정에 호무라가 머리를 굴린다. 아, 그러고보니 나 자기소개 하지 않았는데. 그제서야 호무라가 굳는다. 마도카의 말간 눈 속에 경직되어 부들거리는 호무라가 있다.
"나와 아케미 양은 난생 처음 본 사이지만 내 친구랑 아케미 양은 친구……. 그런 느낌이야. 이상하지?"
마도카는 겸연쩍게 웃었다. 호무라는 웃을 수 없다. 마도카의 마른 웃음 소리만 둘 사이를 채운다. 조금 웃다 마도카가 조심스레 호무라를 올려다본다.
"아케미 양. 나도 호무라 짱이라고 불러도 될까?"
순간 호무라의 머릿속에 수십, 수백 명의 마도카가 겹친다. 하나같이 모두 자기를 '호무라 짱'이라 부르고 있다. 한 때는 그걸 친구의 증표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건, 그런 게, 결코, 아니라. 호무라는 잡념을 지운다. 죽어나간 사람을 생각해서 어쩌자는 거야. 자기암시.
"미안. 내 이름 이상하니까 그냥 아케미라고 불러줘."
"그치만 멋진 이름인걸. 호무라 짱 멋지고, 썩히면 아깝……."
"그냥 아케미라고 불러!"
마도카가 놀라 한걸음 물러선다. 응. 멋대로 불러서 미안해……. 손을 오그라트린 것이, 안 그래도 작은 마도카가 더 작아보인다. 호무라는 자신이 너무 했다고, 과언했다고 후회하지만 늦은 뒤. 마도카는 잔뜩 겁에 질려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호무라는 사과할 생각도 않고, 복도를 가로질러 돌아선다. 마도카는 따라갈 생각도 못하고 혼자 서서 그 뒷모습을 본다.
"호무라 짱…… 이라니."
호무라는 자기 이름을 중얼거려본다.
"아케미 양. 아케미."
호무라는 자기 성씨를 입에 담는다. 둘 다 발음하기 어색하기 짝 없었으나 아케미라는 이름이, 호칭이 더 어울렸다.
자신을 호무라라 불러주는 사람은 마도카, 그 다음은 마도카의 친구들 뿐이었다. 그치만 마도카가 날 호무라라고 부르는 건 친구의 증표가 아니라, 그런 게, 결코, 아니라, 그저 말투일뿐. 습관일뿐.
"그러니까 나의 마도카는, 나만의 하나뿐인 마도카는 나를 그런 식으로 부르게 하지 않겠어."
수십, 수백 명의 죽은 마도카가 '호무라 짱'이라고 한단들, 내게는 '아케미 양'이라 해주는 살아있는 마도카 하나면 되니까.
"아아, 사랑해. 나의 마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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