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치며
너는 '헉'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비질거리는 식은 땀이 전신의 구멍에서 흐른 것만 같다. 등을 맞대고 있던 침대 시트는 축축하고, 이마도, 그걸 훔치던 손바닥에도 땀이 흥건하다. 눈에는 땀 아닌 체액이 흐른다. 너는 어영부영 소매로 눈만이라도 닦는다. 일어나긴 했으나 침대를 벗어날 기색은 없다.
오늘은 12월 31일이자, 지금은 오후 11시 반쯤이자, 어느 마법소녀의 망일이다. 그가 빨갰는지, 노랬는지 조차 너는 생각하길 금한다. 안 그래도 연말이다. 우울함을 신년까지 끌고 갈 필요는 없다. 그 토모에 마미라면 1월 1일이 되는 0시에 문자를 보낼 것이고, 사쿠라 쿄코는 1시, 2시쯤 멋대로 널 끌고 참배가자고 할 것이다. 다만 그 중 하나는 없을 거다. 너는 새삼 한번 더 '헉' 헛바람 삼킨다.
얕은 수면등을 킨다. 올해 마지막 어둠 정도는 몰아낼 빛이 콘센트에 딱 달라붙어 발광한다. 너는 눈을 찌푸린다. 노란 빛이 네 눈 속을 괴롭힌다.
문득 네가 손을 보니, 손톱이 상당히 자라있었다. 마침 테이블에 올라가있던 손톱깎이가 눈에 밟힌다. 밤엔 손톱 자르면 안된다고 배웠지만 너는 개의치 않는다. 똑똑, 말간 소리가 밤중을 울린다. 왼손을 자르는 동안은 괜찮았지만, 문제는 오른손을 자르는 것이었다. 아무리해도 왼손 쓰는 일에 익숙해질 수 없던 너는 오른 약지 손톱을 너무 바짝 잘랐다. 자주 다치는 마법소녀인 네겐 별 것 아닌 상처였지만 욱신거리기는 매한가지였다. 손톱 틈새로 피가 새여 나왔다. 너는 눈을 찌푸린다. 붉은 빛이 네 감각을 괴롭힌다.
너는 꼭 참고 손톱 정리를 재개한다. 똑하고 중지 손톱을 멀끔하게 도려낸다. 그 다음은 필연히 검지다. 잠깐 멈추고 너는 손을 본다. 너무 바짝 깎여 피를 낸 오른 약지 손톱, 예쁘게 깎인 왼손톱들과 오른 새끼 중지 손톱, 아직 긴 오른 엄지 검지 손톱. 너는 죽지 않았다. 몸의 생장이, 삶이 끝나지 않았다. 울지 않으려 숨을 멈추면 괴로웠다. 싫다며 단말마 뱉고나서야 편해졌다. 너는 살아 있었다. 너는 그 몸을 가짜라 생각할지 몰라도 살아 있었다.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거리를 울린다. 미타키하라 지자체에서 행사로서 준비한 종들이 일제히 울린 것이다. 또롱또롱, 말간 소리가 밤중을 울린다. 그것이 멈출 때까지 네 핸드폰은 울리는 일 없이 조용하고, 날이 샐 때까지 네 집 앞은 아무도 드나들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12월 31일이자, 그때는 그 해 마지막 마수 퇴치였다. 처음으로 마법소녀 동료와 맞는 새해에, 빨간 이도 노란 이도 가슴 설레하였다. 네가 수천 번의 시간 끝에 배운 것은 설렌 가슴은 방심을 부른다는 것이다. 그래봤자 똑같은 다음날인데 겨우 숫자 바뀐다고 설레하던 그들. 어쨌든 마수는 여전히 있을텐데, 마법소녀임을 변치 않을텐데.
수면등의 노란 빛과, 네 손가락의 붉은 빛이 눈을 어지럽힌다. 시야가 흐려졌으나 너는 닦을 생각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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