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줘
"토모에 씨, 안아주세요."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너는 안달난 얼굴로 한 번 더 말했다. 안아주세요. 표정이 퍽 진지해서, 어린애같은 요구라고 비웃을 수도 없었다.
너는 기여코는 두 팔을 내게 벌렸다. 난 팔을 벌리고 널 불렀다.
"아케미 양, 자."
너는 곧장 팔을 접어 꼭 커다란 책이 된 것처럼 폭 안겨들었다. 여름이었고, 학교가 끝난 직후였음으로 땀냄새가 났다. 그것보다 짙은 끈적한 여름의 냄새가 났다.
"덥네."
"조금만 더요."
딱히 떨어져달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은 아니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 조금만 더요, 말할 때 입 움직임이 가슴 위로 새겨지는 듯 간지러웠다. 어쩐 일인지 처음보는 어린 너였다.
방과후 교실은 텁텁하고 더웠다. 에어콘도 작동을 멈춘 유리창 교실. 맑은 벽, 복도 너머도 훤했다.
"누가 오겠어."
"방과후라 아무도 없어요."
"오늘 좀 이상해. 아케미 양."
그제서야 너는 고개를 들었다. 불만스러운 표정. 꼭 재미난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 같았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대체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거짓말. 얼굴에 '무슨 일 있어요'라고 적혀 있는걸?"
너는 말없이 책상 위 가방을 집어들었다. 내 것까지 양팔이 가방으로 그득했다.
"무슨 일은, 딱히……."
등 돌린 어깨에 손을 살짝 두드렸다. 넌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게 아무 일도 없는 사람 반응이야? 오른어깨에 짊어진 너의 가방을 빼앗었다. 제대로 닫히지 않은 가방 틈으로 노트가 떨어졌다.
"카나메, 마도카?"
노트 겉면에 적힌 이름. 네 글씨체는 아니었다. 노트를 한 장 넘기려하자, 넌 단발에 뺏어들었다. 함부로 건들지 말아주세요. 네 태도는 공격적이었으나 눈은 물기져 있었다. 넌 서로 뒤바뀐 가방을 다시 가져가더니, 노트를 조심히 넣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멋대로, 거칠게 나를 안았다. 나는 놀라 가방을 놓치고 말았다.
"제발 제가 선배만을 계속 좋아할 수 있게 해주세요."
분명 네 목소리도 물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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