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는 기본 4인 1방으로, 호무라, 너와 마도카, 사야카, 쿄코가 한 방을 쓰게 되었다. 운이 좋은 게 아니었다. 4명 중 누군가가, 몰래 이름짝을 바꾼 것이다. 누군지는 다 알았으나 입을 다물었다. 중요한 건 어쭙잖은 부정행위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이 여행을 즐기는 것이었으니. 쿡쿡 웃으며 입을 맞추는 그들은 전형적인 그 또래 계집애였다. 너는 찔려하면서도, 그걸 거스리진 못했다.
학년이 다른 마미와 나기사는 선물 꼭 사오라며 당부했다. 물론 그런 일따위 새카맣게 잊은 너희는 저녁식사가 끝난 후, 자유시간이 되자마자 각자 둘씩 짝지어 흩어져 놀러다녔다. 자연스럽게 너는 마도카와, 사야카는 쿄코와 짝짓게 되었다.
너희의 수학여행지는 물이 유명한 도시. 그곳에는 물이, 분수가 많았다. 밤이 되면 온갖 형형색색 빛깔을 뿜는 분수. 세상 모든 빛을 모아 터트리는 것만 같다. 그 물을 촉촉히 눈에 품은 너. 마도카는 경이로워하는 너를 빙긋 웃으며 본다. 분수를 보는 것보다 널 보는 것이 재밌다는 투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 하던 너는 마도카의 시선에 볼을 붉혔다. 차마 그만 보라는 말도 못하는 소심한 너는 분수를 본다. 힐끔, 마도카 한번. 힐끔, 분수 한번. 물이 촉촉하던 눈은 당장이라도 부끄러움에 닫힐 것 같다.
마도카는 너의 안경을 빼앗는다. 너의 세상은 순식간에 애매모호해진다. 아름답던 물이, 분수가 빛덩어리가 된다. 마도카도 그림자 섞인 빛덩어리가 된다. 겨우 형체만 잡혀 너는 휘적이며 돌려달려며 애원한다. 마도카는 이상하게 심술궂게 군다. 너희 둘은 분수 주변을 마구 뛰어다녔다.
너희는 통금을 아슬아슬하게 넘기고서야 숙소에 들어섰다. 조금 축축해진 너의 양말과 운동화. 조심한다고 하긴 했는데, 분수 사이사이를 넘나드는 새 젖고 말았다. 너희는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시간을 몇시며, 신발 꼴은 왜 그러냐며. 혼나는데도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너희는 그럴 나이였다.
종내까지 계속 분수만 보다 돌아왔다. 뭐 그리 물 뿜어져 나오는 것이 좋다고, 어린애도 아니고. 쿄코한테 말하면 그리 핀잔했을거라며 마도카가 웃는다. 그렇지만 너희는 물이 유명한 이 도시에, 곳곳에 참 많은 분수가, 물이 어린애들 마냥 좋았다.
마도카는 부드러운 문을 열고 들어가, 살금살금 방안으로 들어간다. 너도 뒤따른다. 잘 벗겨지지 않는 신발은 주저 앉아 억지로 비틀어야 발을 빼주었다. 흰 양말까지 뒤집어 벗기자 뛰돌아다닌 충격에 발바닥은 붉게 물들고, 발가락은 축축하게 살이 튼 발이 있었다. 발이 체온에 비해 너무 차서, 그 흰 발가락 사이로 손가락을 깍지 껴본다. 젖어서인지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쿄코 짱이랑 사야카 짱은 벌써 자고 있네."
먼저 방에 들어선 마도카가 속닥였다. 너는 이불이 부풀어 있는 침대를 본다. 침대는 더블 침대로 둘씩 놓여있어 자연히 쿄코와 사야카가 서로 엉켜붙어 잠들어 있었다. 쿄코가 살짝 움직이자 이불이 움직이면서, 매끈한 등어리가 허리께까지 들어났다. 깜짝 놀란 너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다. 설마 두 분 벗고 계시는 거……? 당황해서 버둥거리는 너를 마도카가 잡아 이끈다. 깨우면 안되잖아, 라는 듯해서 너는 잡히지 않은 한 손으로 입을 막는다. 그렇지 않으면 저 살결에 놀라 다시 소리 지를 것 같아서.
"우리도 씻고 자자."
마도카는 종시 속삭이며 말했다. 욕실 앞까지 잘만 따라와 도착했건만, 너는 납치당한 사람처럼 놀란다. 전혀 같이 씻을 마음이 없던 너는 당황하여 손을 내뺀다. 같이 안 씻을거야? 그게…… 좀……. 너는 우물우물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말했다.
"호무라 짱도 빨리 들어와. 진짜 따뜻해."
"네……."
결국 안까지 따라 들어온 너는 한번 물을 등으로 끼얹었다. 따뜻했다. 욕실이니, 자연히 안경을 벗은 너는 사실상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 맑은 눈에 보이는 거라곤 성에 낀 것처럼 뿌연 빛덩어리 뿐이라니.
마도카는 먼저 탕 안으로 들어가 네가 씻는 모습을 지켜본다. 괜히 너 혼자만 의식하고 있다. 너는 웅크리고 수건으로 감추어 겨우겨우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려 일어선다. 마도카의 시선에 너는 미리 일러둔다.
"보, 보지마세요."
일어선 너의 몸은 안 봐도 알 수 있다. 가슴 한가운데 보기 흉하게 났을 수만자국의 수술흉터. 꼭 살려고, 뭔 짓거리를 해서도 살려고 했던, 더럽게 발버둥친 자국만 같아서 너는 팔을 교차해 가린다. 마도카는 놀란 눈치다. 저런 큰 상처가 있을 줄은. 다른 것도 아니고 여자아이의 몸이다. '너무하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마도카는 가만 욕탕에 앉아 널 기다린다. 조금 마음 놓인 너는 후다닥 욕탕으로 들어온다. 탕은 맑지않아 상처가 가려진다.
마도카는 편안히 앉아 뭉게뭉게 떠오르는 수증기를 물기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눈에 뵈는 게 없는 너는 녹빛 탕 속만 본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마도카가 호무라 곁으로 다가온다. 너는 어렴풋이 움직이는 인기척에 놀라, 옆으로 슬금슬금 달아난다. 그러던 중, 넌 손목을 콱 잡혔다. 마치 마도카가 '어딜'이라고 말하는 듯 해, 너는 다 잡힌 사냥감마냥 움직이질 못한다.
"저기, 호무라 짱."
마도카가 너에게 폭 안겨든다. 갑작스럽다. 장난 치는 줄 알고 조금 거칠게 떼봐도 마도카는 꿈쩍도 않는다. 뭐지 싶어, 너는 분간도 안 가는 눈으로 마도카의 얼굴을 가만 본다. 눈을 아무리 찌푸려도 이렇게 가까이 있는 애 얼굴도 불투명하다.
마도카는 네 가슴에 손을, 주먹 쥔 손을 묻는다. 물결과 함께 주먹이 네 가슴곁에 다가왔다. 딱 상처부위라 너는 더욱 놀란다. 우연이겠거니 싶어도 무섭다. 혹 마도카가 너를 욕할까. 마도카는 네 상처를 손끝으로 매만지다. 따뜻한 목욕물과 부드러운 마도카의 손길. 숨기고 싶은 네 상처에 닿고 있는 긍정적인 것들. 너는 숨조차 잊는다. 마도카를 밀어낼 수도, 그냥 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리고 싶을정도로 혼란스럽다.
"아, 어지러워……."
"으음……."
"쉿."
마도카가 네 머리를 자기 가슴 속에 파묻게 한다. 폭 파묻힌 너는 단향에 기분 좋아진다. 아까 네가 쓴 바디워시와 같을텐데, 혼자 있을 때는 맡을 수 없었던 단향. 마도카도 너에게서 나는 단향에 숨이 고와진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던 가슴의 고동도 완만해지고, 심장도 잔잔해진다. 지금, 이 시간 그 소리를 듣는 건 너밖에 없다. 심지어 마도카 조차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육체의 안정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건 너뿐인 것이다.
너는 그 단향이 아기의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동생인 타츠야가 아직 어렸다. 아기 키우는 집은 다 이런 단향이 날까.
너는 마도카의 파자마 자락을 쥐어잡는다. 마도카는 네 뒤통수를, 아직 덜 말라 조금 차가운 머리칼을 매만져준다.
"사야카 짱이랑 쿄코 짱, 아직 자니까 너무 소리 내면 안돼."
너를 가슴으로 안고 있던 마도카도 이불 속으로 내려 들어와 네 뺨에 입을 맞춘다.
"자기엔 좀 이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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