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후배들의 노랫소리가 식장에 울렸다. 예행연습만 3번. 사실상 4번째 졸업식.

  그런다고 그 감동이 덜해지는 것은 또 아니었다. 3년간 다닌 학교를, 3년간 입은 교복을, 3년간 쌓인 추억을 내려 놓고 간다는 실감. 많은 아이들이 청승맞게도 울었다. 히끅히끅 소리 죽여. 졸업식은 조용할 틈이 없었다.

  나는 그 식장의 분위기가, 쓸데없이 엄숙하게 만드는 그 분위기가 거슬려서 나왔다. 아무도 제제하지 않는다.

  교실로 갔다. 3학년 교실이 아니라 2학년 교실로. 비어있었다. 이미 종업식을 치뤄 깨끗하고 호젓했다. 나는 한 구석의 책상을 꺼냈다. 책상 위를 훑었다. 먼지가 묻어났다. 거기에 앉은 아이의 이름은 '     '이었다. 이미 종업했을 그 아이. 나는 이전, 그 자리에 앉았던 아이를 불렀다.

  "마도카."

  무언가 바뀌는 건 없었다. 그 쓸쓸한 소리울림이 가슴을 건들이기만 했다.

  "졸업식이야. 오늘은 미타키하라 중학교 0기 졸업식이야."

  나는 너의 동복 차림새를 본적이 없었다. 내 기억 속 너는 언제나 하복이었다. 너가 두터운 겨울 옷을 입고, 입김 내는 모습을 본 적 없었다. 나는 그게 무엇보다 보고 싶었다. 

  졸업식의 마지막을 울리는 종소리. 교내를 울리는 그 낯익은 멜로디와 함께 나는 너에 대한 유일한 추억이 있는 곳을 졸업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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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성하는 테사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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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무라 쨩, 잠깐! 물에 초콜릿을 넣는 게 아니라 중탕하는 거야!"

  "중탕 이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퇴원하고 처음 발렌타인을 맞는다는 호무라 짱. 거짓말은 아닌지 모든 게 서툴기 그지 없다. 다행히 초콜릿을 바로 녹이진 않았지만 설마 물 속에 넣어버릴 줄이야. 겨우 형체가 남은 초콜릿 덩어리를 건져낸다.

  "중탕이라는 건 뜨거운 물에 녹이는 거지, 물이랑 섞는 게 아냐."

  나는 준비한 그릇에 초콜릿을 넣고, 물 속에 담근다.

  김으로 호무라 짱의 안경이 뿌얘진다. 호무라 짱은 눈을 빛내며 내가 초콜릿 녹이는 걸 본다. 안경이 저래선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녹아가는 초콜릿을 나무주걱으로 으깬다. 형체를 잃은 초콜릿은 끈적한 액체가 된다. 장갑을 끼고 초콜릿을 꺼낸다. 그때까지 내 손짓 하나하나에 정신 팔린 호무라 짱의 시선이 조금 무섭다.

  "대단해요. 카나메 양!"

  "그럼 다음은 호무라 짱이 다 해."

  "그, 그런 게 어딨어요."

  호무라 짱이 울먹인다. 귀엽다. 그녀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조금 심술궂어진다.

  "쉬워. 이 짤에 초코를 넣고 틀에 맞춰 짜면 돼."

  호무라 짱은 의기투합해서 조심조심 짤에 잘 녹은 초콜렛을 넣는다. 그냥 긁어 넣기만 하면 되는데. 그릇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힘들어?"

  나는 뒤에 서서 그릇 손잡이를 같이 잡아준다. 호무라 짱은 크게 놀라 들고 있던 짤주머니를 놓친다. 초콜릿이 질퍽하게 바닥에, 그녀의 손바닥에 튄다.

  "있잖아. 나 물어볼게 있었는데."

  초콜릿이 튄 그녀의 손의 목을 삭 잡아들며 귓가에 속삭인다. 이 초콜릿 만들어서 누구 줄 생각이었어? 호무라 짱은 가늘게 카나메 양. 이라고 우는 듯 하다.

  "울지 말고 대답해. 누구?"

  "카나메 양이요."

  나는 그녀의 손을 할짝였다. 이제 먹어버렸으니까 만들 필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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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성하는 테사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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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흰 빛 끝에 네가 있었다. 나는 너를 쫓아갔다. 너는 파아란 마법소녀 옷을 입고 흰 망토에 칼을 매고 있었는데 맨발이었다. 맨발로 따박따박 빛을 향해 걸어가는 너. 나는 어둠 속에서 뛰는데 너가 닿지 않는다. 벅차 서서 널 보니. 넌 위로 걷고 있었다. 

  날개도 없이 위로 나는 널 천사라고 밖에 부를 수 없었다.

  나는 사야카, 사야카 너를 부른다. 매정한 너는 뒤돌아보는 일도 없이.


  

  

  호무라가 죽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배려해줄 정도로 착한 놈은 아니었지만, 호무라는 죽기 며칠 전부터 잘 보이지 않았다. 호무라의 죽음을 안 것도 큐베의 부고 덕. 마미는 우리끼리서 열심히 하자고 격려했다. 원래부터 둘이서만 했는데 새삼스럽다는 생각.

  넷이었던 파티도 둘로 줄었다. 힐러가 없어지니, 바로 체력이 약하던 극딜러가 사망. 지극히 순차적이고 게임같아서 할 말도 없었다. 사냥이 힘에 부치는 것도 예삿일. 무리한 마미가 자주 쓰러지곤 했다.

  "사쿠라 양은 다치지만 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싱긋 웃으며 말하는 마미. 당장이라도 멱살잡아주고 싶었지만, 역효과가 나리라 알고 있어서 다물고 있었다. 마미에게 있어 '누군가를 지킨다'라는 게 무얼 뜻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더러운 세상엔 마지막으로 나만 남기로 한 것이다. 마미는 금세 죽었, 아니 원환에 이끌렸다. 그녀가 없으니 전투 자체는 더 수월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모든 마수를 죽이는 건 내 타입이 아니었다. 매일 필요한만큼만 과자 까먹듯, 처치하면 된다.

  그러니까 아아, 망할. 몰이 사냥은 내 타입이 아니었는데.

  지나친 광역 어그로로 몰려오는 마수들. 씹혀 죽는 건가, 밟혀 죽는 건가.

  "사야카."

  최후일지도 모를 지금 순간 생각나는 게 어째서 네 이름인지. 네 이름 석자가 딱딱 찍혀 머릿속에 박혀든다.

  파아란 머리칼과 복장. 눈부시게 시허옇던 너의 맨발. 

  "보고 싶은데 이젠 볼 수 있을까."

  눈물로 흐릿한 시야에 흰 빛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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